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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단짠 생활

캐나다에서 러닝을 시작한 이유(feat. 초보러너)

by 단짠님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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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 중에 6개월이 겨울인 이 지역에서 눈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 지난 2월말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거의 3월이라고 해도 하루의 최고기온이 0도 정도였고 이 곳에 한국과 같은 10도가 넘는 봄이 오려면 최소 5월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달리기에 크게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는 시작한 데에는 나름 계기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이 종종 되고는 했는데 그럴때마다 헬스장을 가는게 어려워졌고, 추운 날씨에도 굳이 밖을 걸으러나갔다. 바람이 너무 세서 실제 체감 온도는 0도보다 훨씬 낮은 -10도 정도 였지만 겨울 부츠를 신고 무릎을 덮는 패딩과 방한용품을 몸에 두르고나면 나름 걸어볼만은 했다. 그렇게 매일을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걷다보니 늘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되었다. 공원 산책로 뿐만 아니라 눈으로 덮인 도보를 걷지 못해서 도롯가를 걷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 영하의 날씨에도 레깅스 한 장과 얇은 패딩만 입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생각보다 머리가 희끗한 나이있는 분들이 가장많았다. 그리고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이 혹독한 겨울에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다. 이 곳 사람들을 보면 춥다고 운동을 밖에서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핑계같았다. 

근력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짐에 가는 것은 즐겁지만 유산소 운동만큼은 싫어한다. 그나마 격렬한 단체 그룹운동을 좋아해서 줌바 혹은 크로스핏, 스피닝 들을 즐기고는 했는데 그마저도 수업 스케쥴이 많이 없고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트레드밀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겨우겨우 15분의 인터벌 달리기를 하고 끝내고는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러닝을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했다. 달리면 숨이 차는 그 기분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러닝을 오래한 러닝 중독자들은 그 고통마저 즐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고민없이 달려보기로 했다. 5분을 달렸더니 가래가 미친듯이 생기고 폐가 아파왔다. 목에서 피가나는 줄 알았다.(나는 담배는 전혀 하지않으며 술도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마신다.)

그렇게 겨우 5분에서 10분을 달리고 나머지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날 부터 나는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처음의 목표는 속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뛰고 있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것이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처음에는 5분 그리고 10분, 20분에서 30분까지 멈추는 시간없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이제 2달도 되지 않은 새내기 러너이지만 5분만 달려도 피가래가 들끓던 그 초기의 상태를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은 NIKE RUN CLUB 어플을 사용하는데 달린 거리와 속도를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것이 매우 편리하다. 

러닝을 시작한지는 한 달 반 정도이고, 매일을 달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주3회 정도는 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시 짐을 열리기 시작한 뒤로는 트레드밀에서도 30분 이내로 달리고 있다. (물론 트레드밀에서의 러닝을 매우 지겹다...)그리고 나름 경사도와 속도를 조절하면서 실제 러닝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연습을 해보고 있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주변 풍경이 금새 휙휙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데 트레드밀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덜지겹고 기분 전환이 된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난 뒤에 온 몸에서 열이 나는 것만 같은데 그게 생각보다 기분이 매우 좋다. 이제서야 달리기에 중독이 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취미가 나는 꽤 마음에 든다. 돈도 장비도 크게 들지않고,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으로 매일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러닝이 가지는 굉장한 이점이 아닐까...달리는 순간만큼은 내가 격렬하게 숨을 쉬고 있구나 그리고 다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여태 신던 신발 운동화 밑창이 많이 닳아서 이번에 새 러닝화를 주문했는데 새 신발을 신고 달릴 아름다운 봄 날의 풍경이 벌써 기다려진다. 

흔한 3월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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