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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단짠 생활

캐나다에서 맞이하는 3번째 생일

by 단짠님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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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캐나다에서 와서 3번째로 맞이하는 생일이다. 

 

첫번째 생일은 나름 친구가 많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이후로 그 친구들은 다 이 곳을 떠나고 이곳에는 알고 있는 지인이 많지 않다. 우습게도 영주권을 받으면 당장 떠날 줄 알았던 이 도시에도 나름의 애착이 생긴걸까 아니면 또 어딘가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들이 내 발목을 잡는건지...지금은 코로나 때문이야 라는 이유로 혹은 연봉이 조금은 올랐다는 이유로 이 곳을 떠나겠다는 새해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생일에 크게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생일이 아니어도 내가 원하면 케이크를 먹을 수 있고 더 맛있는 것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가 있다. 그저 생일이라는 그 자체가 그냥 그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하루하루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굳이 생일이 아니라도 특별한 하루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물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의 2021년 새해다짐 리스트 중에는 미니멀리스트를 실천하자라는 다짐이 있었는데 현재 1분기를 되돌아보면 아주 열심히 잘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곳은 12~5월은 추운 겨울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의 소비 중 가장 큰 항목을 차지하는 옷에 대한 유혹이 적은 시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막상 여름이 되면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러닝 트레킹 산책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에 굳이 예쁜 옷을 살 필요도 없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어서 기능성의 운동복을 좀 더 자주입는 편이되었다.

 

어떻게 보면 강제적 미니멀리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름 4개월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심심하면 미니멀리즘 전문 유투브를 틀어놓고 시청하며 잠자기전엔 옷장안을 들여다보며 당장 버리고 싶은 욕구를 간간히 참아내기도 한다. 그만큼 페이스북을 통한 (캐나다식 당근마켓)중고 거래를 열심히 하지만 역시나 노력대비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생일 포스팅이라고 글을 쓰면서 그저 주저리를 하고 있지만 블로그을 개설한 것은 조금은 위안을 받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사색을 좋아하고 혼잣말이 많은 나로서는 진즉 시작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게으름때문에 글을 쓰는 것도 주기적으로 하지 못할 것같아서 그동안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 3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 내가 캐나다에서 살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혹은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기억하기 위해서 글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한국에는 이미 봄 꽃들이 만연해있을 시기이지만 지난 한국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내 생일쯤 되는 이 시기에 나는 늘 우울함을 앓았다. 우울증이라고 하기에는 경미하고 그렇다고 봄처럼 싱그러운 기분은 아니었으니 우울함을 앓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아직 피어날 시기가 아닌데 강제로 나를 밝은 햇살아래로 끌어다 놓는 것 같은 그 갑작스러운 봄이 싫었던 것 같기도하다. 나는 캐나다의 긴긴 겨울이 싫지만 그 긴 겨울동안의 시간이 나를 더 강인하게 만드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 곳 사람들처럼 더 힘차게 봄여름의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한달안에 4 계절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시기가 있는데 그럴수록 해가 뜬 날이면 더욱 밖으로 나가서 달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3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올해는 지난 두 여름보다 더 특별한 하루들을 만들어보고자 다짐해본다.

 

 

동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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